목양실에서

가을 수상

작성자
담임목사
작성일
2019-09-21 08:48
조회
105
가을이 시작하는 때에
이런 글을 읽었습니다.

"모야모야 병을 앓고 있는 15세 소녀의 투병기를 지켜보다가 울었다.
문득 건강한 것은 축복이 아니라 거룩한 부담이다.
사명임을 깨닫는다.

곰팡이 냄새나는 지하교회 서너 명 교인이 전부인 샛방 교회에서
월세 내는 날을 두려워하는 미자립 교회가 존재하는 한
더 이상 예쁜 건물은 축복이 아니다.
부담이다. 사명이다.

뼈까지 달라붙는 쇠꼬챙이 같이 마른 몸을 하고
목마른 눈초리로 쳐다보는 아프리카 검은 대륙의 저 어린 것들이 있는 한
하루 세 끼 따박따박 먹는 것은 더 이상 복이 아니다.
부끄러움이다.
잘 먹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기도할 일이 아니다.
잘 먹게 되어 죄송하다고
우리만 잘 먹는게 못내 죄송하다고
가진 걸 나눌 수 있는 용기를 달라고 기도해야 한다.

평생 한 번도 설교 요청을 받아보지 못하고
부흥회 한 번 해보지 못한 동역자가 있는 한
더 이상 부흥회를 인도한다는 것은 자랑이 아니다.
두려움이다.
빚을 지고 살아왔다.
이 빚을 갚기 위해 뼈를 깎아 보석을 만들고
훈련과 성실로 내 영혼을 맑게 헹궈야 한다.

사랑하는 이를 잃고 가슴 아파 울고 있는 교우가 있는 한
더 이상 내 자식이 건강하게 자라는 게 복이 아니다.

남들보다 앞서고 칭찬거리가 많은 게 자랑이 아니다.
입 다물고 겸손히 그 분의 은혜를 기억해야 할 일이다."

그저
"겸손"이라는 말만 다가오고 있습니다.
"감사"도 호사스러워
겸손만 새기고 있습니다.
이 가을에
이 가을에
어찌하면 겸손할 수 있을까?
이것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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