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에서

오늘도 걷는다

작성자
담임목사
작성일
2018-12-07 15:54
조회
1625
오늘도 그린웨이를 걸었습니다.
성탄을 기다리는 대강절의 그린웨이,
나뭇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눈부시게 푸르렀고
소소한 바람에도 낙엽들은 이리저리로 옮겨 다니고 있었습니다.

걷는 것이 좋았습니다.
걷는 것이 좋아서 많이 걸었습니다.
틈만 나면 걸었습니다.
걷는 순간, 순간이 즐거웠고
걸으면서 많이 웃었습니다.

대장정이라고 할 만큼 걸은 적도 있었습니다.
대장정을 끝내고 느끼는 것은
성취감이 아니었습니다.
길 끝에는 별 것이 없다는 깨달음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길 끝에 있는 것이 아니라
길 위에서 만나는 별 것 아닌 순간과 기억이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고뇌하는 동료에게 말합니다.
"일단 걸어라"
걷기 시작하면
고민이 비워지고
그 비워진 자리에 허기가 들어서게 됩니다.
허기를 채우면 졸리기 시작합니다.
그때의 즐거움이란!

무라카미 하루키가 생각납니다.
"노르웨이의 숲"의 저자 말입니다.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두 가지를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글을 쓰는 것입니다.
"희망도 절망도 없이 담담하게 써 내려 갑니다.
그렇게 하루에 20매의 원고를 쓰면,
한 달에 600매를 쓸 수 있습니다.
대략 계산하면 반년에는 3,600매를 쓸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달리는 것입니다.
하루도 쉬지 않고 달립니다.
얼마나 달리기를 좋아하는지 이런 책을 썼습니다.
"내가 달리기를 말할 때 하고 싶은 이야기"

걷기를 마쳤습니다.
걷기를 마치고 돌아오면
기분 좋게 피곤하고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추억들이 생각납니다.
왜 더 즐겁게 걷지 못했을까?
후회도 있습니다.

생각해 봅니다.
내 모든 사역을 마쳤을 때에
끝까지 남는 것이 무엇일까?
기도, 말씀 공부, 글쓰기, 걷기.......
걷기도 빠지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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