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에서

가을 날 지헌이와

작성자
담임목사
작성일
2019-10-11 18:26
조회
544
오늘은 월요일,
지헌이를 만나는 날입니다.
며느리가 월요일이 되면
교회로 지헌이를 데려옵니다.
그러면 지헌이는 내 차지가 되어
하루를 함께 지냅니다.

목양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납니다.
문을 열면,
"할레디-" 하면서 두 팔을 벌리며 달려옵니다.
날아갈듯이 번쩍 안습니다.

"지헌아, 가을이구나.
할아버지와 감 따러 가자!"
지헌이를 안고
교회 밖 여기저기에 떨어져 있는 감나무에게 갑니다.

단감은 물이 들었습니다.
큰 것 두 개를 땄습니다.
"하나는 엄마 것,
하나는 아빠 것!"
따는 것을 거들고 있는 지헌이의 손에 감 두 개를 쥐어 주었습니다.
지헌이는 떨어질세라 꽈악 쥡니다.
작은 손에 손이 아플 터인데 놓치질 않습니다.
집에 가서 엄마, 아빠와 함께 나누겠다는 것입니다.

교회 여기저기에는 단풍이 물들어 있습니다.
단풍 사이로 가을바람이 불어옵니다.
둘 사이로 스며가는 가을바람에 지헌이는 얼굴을 내밉니다.
"흐-흠-"
지헌이의 흐뭇한 얼굴!

집에 가서 점심 식사를 합니다.
설렁탕 국물에 말아먹다가
김에 밥을 싸서 먹습니다.
한 장의 김은 3등분이 되고
그런 김이 8장이 있습니다.
그러니 한 통의 김에 밥을 싸 먹으면
24입을 먹게 되는 것이지요.
많이 먹었는지 배가 불룩 나왔습니다.

낮잠 시간이 되기 전까지
노는 시간을 가집니다.
"딸랑 딸랑 딸랑" 노래에 맞춰
새로운 놀이를 만들었습니다.
지헌이가 "시작-" 하면
"딸랑 딸랑 딸랑"을 부릅니다.
그러면 지헌이는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강시처럼 몸을 뻣뻣하게 하고 침대 위에 떨어집니다.
깔깔거리는 지헌이를 껴안고 간지럼을 태웁니다.
지헌이는 자지러지면서
"no 간질간질, no 간질간질!"

전화가 왔습니다.
아들에게서 온 것입니다.
지헌이에게 바꿔주었습니다.
지헌이는 전화기를 귀에 대고 "아빠? 아빠" 합니다.
알아는 듣는지 고개를 끄떡 끄떡입니다.
가끔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합니다.
영락없는 정상회담입니다.

저녁 시간이 되었습니다.
아들도 와서 저녁상 앞에 둘러앉았습니다.
자는 시간을 놓쳐 낮잠을 자지 못한 지헌이는
눈이 얄팍하게 되었습니다.
간신히 저녁을 하고 엄마 차에 탔습니다.
"지헌아, 잘 가!"
지헌이는 끄떡끄떡, "할레디, 바이"

이렇게 지헌이는 가고
가을 한 날이 저물었습니다.
참으로 행복했습니다.
아내에게 말합니다.
"이것보다 더 행복할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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