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에서

추수감사절

작성자
담임목사
작성일
2017-11-24 04:24
조회
5134
추수감사절입니다.
가을의 막바지, 밤도 깊습니다.
깜깜한 밤, 새벽을 깨우며 교회에 왔습니다.

교회 문을 열고 알람을 해제합니다.
본당에 이릅니다.
제단의 불을 켭니다.
순간, 십자가를 중심으로 스테인드글라스에 불이 들어옵니다.
이때의 신비를 아시는지?

제 방으로 내려가 설교문을 다시 보고
오늘 새벽 예배 때 부를 찬송가를 정합니다.
모든 준비가 끝났을 때,
본당으로 가야하는 때,
카톡이 왔습니다.

원미화 집사님의 카톡이었습니다.
"목사님, 남편이 아무래도 이상해요.
방금 전부터 맥이 안 뛰네요, 숨도"
새벽 5시 46분이었습니다.
답신을 보냈습니다.
"새벽 예배가 곧 시작됩니다.
끝나고 바로 갈게요."

새벽 예배를 인도하고
곧 바로 원영철 집사님 댁으로 갔습니다.
집사님 댁에 도착했을 때,
이미 원영철 집사님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새벽 5시 20분.
숨이 가쁘지도 않았고
목에 가래도 끼지 않았고
잠자듯. 그저 잠자듯 가셨습니다.
맥박이 서서히 뛰다가 그냥 멈췄습니다.

어제 집사님 댁을 심방했습니다.
의식이 있는 듯, 없는 듯, 잠결에 빠진 듯, 잠시 정신이 든 듯,
이런 상태로 예배를 드렸습니다.
찬송가 492장을 불렀습니다.
"나의 영원하신 기업 생명보다 귀하다."
찬송가 그대로 짧게 설교했습니다.
"집사님, 예수님은 집사님의 기업이세요.
생명보다 귀한 영원하신 기업이에요.
이제 예수님을 집사님의 기업으로 받으세요."

어디서 이런 힘이 났을까?
"아멘-" 소리가 들렸습니다.
처음에는 입을 들썩거리는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갈수록 커졌습니다.
"아멘-" "아멘-"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반복했습니다.
그리고는 평화의 얼굴로 잠에 빠졌습니다.

이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숨을 거두었습니다.

슬프지 않았습니다.
숨을 거두기 전에
너무나 충만하게 하나님과 동행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과 동행한 그 시간!
하루를 천년과 같이 보낸 시간 아니겠습니까?
63세의 짧은 인생을 사셨지만
하나님의 기준으로는 3만 년을 사신 것과 같았습니다.

아쉽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소원이 목사의 품 안에서 숨을 거두는 것이었는데
목사의 품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예수님의 품 안에서 숨을 거두었기 때문입니다.

올해의 추수감사절은
집사님을 보낸 특별한 추수감사절이었습니다.
기업!
생명보다 귀한 기업!
영원한 기업!
그 기업이 믿는 자의 것임을 확인했던
거룩한 감사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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