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실에서

페루 사람들

작성자
담임목사
작성일
2018-08-10 15:48
조회
1462
페루에 다녀왔습니다.
잉카의 후예들을 만났습니다.
얼마나 인상이 강렬한지 아직도 얼얼합니다.

여러 군데 선교지를 다녀보았지만
이곳과 같은 곳은 처음입니다.
어디를 보아도 풀 한포기가 없습니다.
먼지만 풀풀 이는 산길,
황무지와 같은 길을 지그재그로 한참을 올라야 합니다.
길을 끼고 여기저기에 띄엄띄엄 집들이 놓여 있습니다.
두어 사람이 누우면 딱일 것 같은 집에
일곱, 여덟 명이 삽니다.

그곳의 사람들,
얼굴 얼굴들!

밤은 길고 춥습니다.
낮에 주어온 몇 안 되는 나무 가지를 밤새 땝니다.
그을음에 얼굴이 까매졌고
씻을 물이 귀한 아이들은 그 얼굴 그대로 나옵니다.
"올라-" 하면서.
그래도 미소는 해맑기만 합니다.

해바라기를 하는 노부부.
두터운 옷은 얼마나 입었는지 무척이나 낡았습니다.
"우리가 만난 지가 몇 년이 되었지?"
"56년째요!"
서로를 바라보는 눈에는 금술이 묻어 있습니다.

나오지 않는 젖을 애에게 물려주고 있는 여인,
마른 젖에 아이는 칭얼대고 있습니다.
물차가 왔습니다.
이 물차를 놓치면 일주일을 기다려야 합니다.
동전 몇 개를 철렁거리며 급히 달려갑니다.
애는 자지러지게 웁니다.

일곱 살이나 되었을까?
소녀 하나가 팔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고 있습니다.
산다는 것이 이 어린나이에도 힘에 겨웠을까?
소리 없이 그 옆에 앉았습니다.
초콜릿 두 개를 소녀의 손등에 얹져 놓았습니다.
깜짝 놀란 소녀!
잠시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까먹기 시작합니다.

그 얼굴,
얼굴 얼굴들!

아침 일찍 도시로 나가는 남편,
허드렛일이라도 만나
몇 푼이라도 벌어 와야 하는데......,
발걸음은 무겁기만 합니다.

돌아오는 길,
한 가지 생각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모두 주가 필요했습니다.
그들뿐만 아니라 우리도 모두 주가 필요했습니다.

노래했습니다.
"매일 스치는 사람들 무엇을 원하나?
공허한 그 눈빛은 무엇으로 채우나.......
그들은 모두 주가 필요해
우리는 모두 주가 필요해!"
합창으로 노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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